롱블랙 프렌즈 K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정말 잘했네요.”
여러분은 이 말을 들으면 마음이 어떨 것 같으세요? 저는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칭찬이지만 ‘제가 못할 줄 알았다’는 생각이 깔린 것 같거든요.
화낼 정도는 아니지만,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은 말. 이 애매한 느낌을 아우르는 단어가 있다고 해요. ‘미세공격microaggression’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몸을 뚫고 들어오는 미세먼지처럼, 누군가를 은근히 깎아내리는 말과 행동을 일컫는 단어죠.
미세공격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어요. 한 정신과 의사 겸 하버드대 교수가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겪는 경험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나왔죠. 근데 이 단어를 “지금 한국의 일상에서 짚어보자”고 한 인물이 있어요.
남대희 작가. 1990년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정부와 대기업을 거쳐 34년간 일터에서 ‘소통’을 고민했어요. 그 경험을 모아 『미세공격 주의보』라는 책도 썼죠.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말하는 법은 무엇일까요? 궁금함을 안고 그를 직접 만났습니다.
남대희 작가
남 작가를 만나자마자 물었어요. 왜 ‘미세공격’이라는 키워드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지 질문했죠. 그는 “애매한 공격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싶었다”고 했죠.
“제가 일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직원들은 일을 잘하고 싶어 했어요. 다만 어느 순간부터 ‘버티기’를 목표로 삼더군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이유는 ‘작은 상처와 좌절’이었어요. 참자니 화나는데,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예민하다’는 말을 듣은 경험이 속에 쌓인 거예요. 그래서 전 미세공격이란 단어를 제안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애매함을 직시하길 바랐습니다. 공감은 물론, 변화도 끌어내고 싶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