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L
지난 주말 집 꾸미기에 빠진 친구네 다녀왔거든? 신기한 물건이 가득하더라. 밤이 되면 불을 밝히는 무드등, 일정과 날씨를 알려주는 스마트 미러. 하나 갖고 싶더라니까.
“돈을 얼마나 쏟은 거야?” 물으니, 친구가 픽 웃으며 답했어. “내가 직접 만들었지.” 못 본 사이 기술전문가라도 된 걸까? 비결은 따로 있었어. 손바닥만 한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를 쓰면 쉽다는 거야.
라즈베리파이? 2012년 태어난 ‘싱글 보드 컴퓨터single-board computer’야. 신용카드만 한 실리콘 기판에 컴퓨터의 필수 요소만 ‘압축’해 넣었지.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RAM, 그래픽 처리장치GPU, USB 단자, 와이파이 송수신기까지 들어있어.
작은 크기와 저렴한 가격. 라즈베리파이의 가장 큰 경쟁력이야. 취미용 발명부터 학교 교육, 외식업, 제품 생산까지 널리 쓰이고 있지. 지난 12년간 약 5500만 대를 팔았고, 2022년엔 1억5726만 파운드(약 2466억원)를 벌었어. 기업 가치는 5억 달러(약 6537억원)야.
그런데 이 회사, 번 돈의 98%*를 제품 개발과 기부에 써. 아이들의 컴퓨터 교육을 위한 ‘비영리재단’이거든. 카메룬 빈민촌부터 한국의 초중학교 방과 후 동아리까지, 라즈베리파이를 보급해. 무겁고 비싼 데스크톱이 닿지 않는 빈틈을 채우는 중이지.
*라즈베리파이 2022년 재무 현황표 기준
Chapter 1.
신입생이 줄어든 이유
전 세계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람, 에벤 업튼Eben Upton이야. “누구나 쉽게 컴퓨터를 갖고 놀아야, 세상을 혁신할 인재가 나온다”는 거야.
목표가 비장하지? 업튼을 화상으로 만나 이유를 물었어. 이야기는 20년 전, 업튼이 다니던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과학과로 거슬러 올라가. 학과는 해마다 신입생 지원이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지.